오늘의 말씀(17_09_15)
오늘의 묵상
십자가 현양 축일에 이어 고통의 성모님을 기억하는 것은,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과 결합된 성모님의 인생이 우리가 깨달아야 할 십자가의 의미를 더 명료하게 일깨워 주기 때문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을 잉태하시는 순간부터 십자가에서 아들 예수님께서 처절하게 못 박혀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마음속 깊이 숙고하시고 되새기셨습니다. 그런 성모님의 인생은 복음서에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어둠 속에서 빛을 기다리는 신앙인의 모습이었습니다.
히브리서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께서 “당신을 죽음에서 구하실 수 있는 분께 큰 소리로 부르짖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와 탄원을” 올리셨지만, “고난을 겪으심으로써 순종을” 배우셨다고 증언합니다. 고통은 단순히 육체적 고통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하느님의 뜻을 따르려고 할 때 겪게 되는 인간성 자체의 고통도 포함합니다. 인간은 생존의 욕구,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 소유하고 집착하는 인간의 의지적 욕구가 좌절되는 것을 가장 큰 고통으로 느낍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자아에 몰두하고 세상에서 영원히 살 것처럼 여기는 교만이야말로 우리 스스로의 고통의 원인임을 일깨워 주십니다.
성모님께서는 예수님과 함께 인간이 겪는 이 고통의 의미를 가장 깊이 깨달으신 분이십니다. 당신의 인생에서 모순처럼 다가온 수많은 순간들을 인간 존재의 숙명으로 받아들이시고 그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에 맡기시는 용기를 보여 주십니다. 성모님께서는 ‘어둠 속 신앙의 길’을 걸으셨기에, 십자가의 어두움을 넘어 부활의 빛을 만나실 수 있었던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시고, 예수님께서 요한 사도에게 맡기신 ‘교회의 어머니’가 되신 것입니다. (송용민 사도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