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상식_3(뜻을 알면 전례가 새롭습니다)
뜻을 알면 전례가 새롭습니다(39가지 전례상식) -정의철 신부님 지음-
미사 때 일어섰다 앉았다 하는 이유가 뭔가요?
언젠가 한 여자 교우한테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남편을 입교시키기 위해 잘 설득하여 함께 미사에 참여했는데, 미사 시간 내내 남편이 힘들어하면서 안절부절못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남편의 대답인즉, 마시에 가면 그냥 편안히 앉아서 하느님 말씀을 듣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수시로 일어섰다 앉았다 하면서 예식의 여러 부분을 따라 해야 하니 너무 복잡해서 힘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교우 아닌 이들에게서 가톨릭은 예식이 장엄하고 엄숙해서 좋지만, 한편으론 너무 복잡해서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오히려 어려움만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사실 교우 아닌 이들뿐 아니라 교우라도 예식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의미, 즉 전례기도, 전례동작, 전례용구 등이 담고 있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그와 똑같은 느낌을 갖게 됩니다.
전례는 하느님의 구원을 실현시켜 인간을 거룩하게 하는 성화의 수단이며, 하느님께 대한 공경을 표현하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내적인 자세나 마음을 표현하는 전례 동작은 전례의 이러한 성화와 공경의 목적과 기능에 맞아야 합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구원업적이 다양하듯 이를 표현하는 전례동작도 다양합니다.
전례동작 중 서는 자세는 첫째, 존경을 표하는 자세입니다. 그래서 사제나 부제가 복음을 봉독할 때 그리스도께서 직접 말씀을 선포하신다고 보고, 그리스도께 대한 존경의 표시로 서서 듣습니다. 또한 이러한 존경의 자세는 그리스도를 대리하여 전례를 집전하는 사제를 향해서도 드러냅니다. 그래서 예식의 시작과 마침에 주례자가 입당하고 퇴장할 때 교우들은 일어서는 것입니다.
둘째, 서는 자세는 가장 보편적인 기도 자세입니다. 그래서 기도할 부분에서 일어서는 것입니다.
셋째, 서는 자세는 부활과 기쁨의 자세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에서 일어나셨고, 우리도 그분을 통해 부활하여 일어섰습니다. 이런 의미 때문에 부활시기와 주일에 서서 기도하는 경우(부활 삼종기도 등)가 많습니다.
앉는 자세는 바른 몸가짐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기대와 주의력으로 가득 차 있음을 나타내는 정성 담긴 자세입니다. 그래서 전례에서 경청의 자세로 앉는 자세를 취합니다.
이런 의미를 담고 있기에 교우들은 미사 중에 복음 외의 성서를 봉독할 때나, 사제 혹은 부제의 강론 때 앉아서 경청합니다. 그리고 성서 봉독과 영성체 후에도 앉아서 침묵 중에 주님과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고요한 가운데 들려오는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입니다.
이상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전례 중에 그리스도의 구원 업적이 인간이 알아들을 수 있는 여러 가지 표징(말, 동작, 사물)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만큼 우리는 먼저 그 표징이 담고 있는 의미를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