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상식_10(뜻을 알면 전례가 새롭습니다)
뜻을 알면 전례가 새롭습니다(39가지 전례상식). -정의철 신부님 지음-
연극처럼 실감나게 ‘독서’하면 안 되나요?
독서자 임무의 중요성에 대해서 ‘전례헌장’ 7항에서는 “교회에서 성서를 읽을 때 말씀하시는 이는 그리스도 자신이시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눈으로 볼 수 없는 이러한 사실이 전례 중 성서를 봉독하는 독서자의 모습에서 조금이라도 드러나도록 하기 위해 성서 봉독은 ‘회중을 향해’ 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독서대는 독서자가 교우들에게 잘 보일 수 있고, 말씀이 잘 들릴 수 있는 곳에 배치합니다.
이 거룩한 직무를 맡은 독서자가 독서대로 가는 도중에 제대 정면의 통로를 가로질러 가야할 경우에는 제대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제대를 향해 깊이 절합니다. 그러나 가능한 한 그럴 필요가 없도록 독서자의 자리는 독서대 근처에 배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독서자는 독서대 앞에 서기 전에 말씀 전례의 사회자이며 그리스도의 역할을 맡은 주례 사제를 향해 인사함으로써, 자신이 성서 봉독의 임무를 주례 사제에게 허락 받는다는 뜻을 나타냅니다.
독서자는 독서대 앞에 서서 성서와 회중을 향해 인사하고 나서 봉독될 성서 이름을 읽습니다(예;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등). 이것은 공식적인 성서 봉독 행위의 중요한 부분이며, 성서 이름을 먼저 알림으로써 봉독되는 말씀이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것에 회중이 주목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성서의 장, 절은 밝히지 않습니다.
성서 봉독은 하느님이 독서자를 통해서 말씀하시는 것을 새롭게 듣는 것이므로 공식적인 전례에서 성서 구절을 눈으로 따라가며 읽는 것은 가능한 한 삼가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독서자뿐 아니라 전례 참여자 모두 그 날의 성서구절을 미리 읽어 올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일부 개신교의 예배와 가톨릭교회의 공식적인 전례에서 성서 봉독의 근본적인 차이점입니다. 가톨릭교회에서만이 아니라 동방의 여러 교회, 성공회, 루터교회 등과 같은 전통적인 교회에서도 신자들이 미리 준비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독서자는 회중이 조용해지기를 기다린 다음 봉독을 시작해야 하며, 봉독할 때는 두 손을 모아야 합니다. 또한 봉독되는 성서의 이름을 읽는 순간 듣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 반응을 보면서 자신의 목소리가 회중 전체에게 들리고 있는가, 목소리가 마이크에 적당한가를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성서 구절을 조금 읽고 난 후에야 겨우 이것에 신경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성서 본문은 구두점을 따라 정확히 끊으면서 유창하게, 그러면서도 의미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봉독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억양을 지나치게 붙이거나 때로는 음색을 바꾸어서 마치 연극하듯이 읽는 것은 전례에 적합지 않습니다.
독서자는 주관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억양을 조심하면서 차분하고 냉정한 태도로 성서를 봉독해야 합니다. 성서를 객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우선 독서자 자신이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여 확신을 갖고 읽어야 합니다. 성서 봉독은 바로 하느님의 ‘말씀’과 ‘사업’을 선포하는 것이며, 그 ‘증거’로서 신앙고백을 하는 것이므로 언제나 객관성이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