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상식_21(뜻을 알면 전례가 새롭습니다)
뜻을 알면 전례가 새롭습니다(39가지 전례상식). -정의철 신부님 지음-
주일을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예전에는 교우라면 누구나 절대로 주일 미사에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긍정적 의미든, 부정적 의미든 주일이면 미사에 참여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다릅니다. 소위 열심하다는 신자들 입에서도 주일 미사를 몇 번 빠졌다는 얘기가 스스럼없이 나오곤 합니다.
주일(主日)은 곧 ‘주님의 날’(묵시 1,10)입니다. 그 기원으로 보나, 교회의 전통으로 보나, 신학적 의미로 보나 주일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삶의 중심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여건들은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는 데 적지 않은 방해 요소로 작용합니다. 즉 물질주의 만연과 가치관 변화 등으로 종교심이 약해진 데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주일 노동 교대제를 채택하는 직장이 늘고 있고, 주말을 이용한 휴가나 여가에 대한 관심이 커짐으로써 주일의 의미가 크게 약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파스카 신비의 거행으로서의 주일의 의미를 명백히 부각시켰습니다. “이 날에 신자들은 함께 모여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미사성제에 참여함으로써, 주 예수의 수난과 부활과 영광을 기념하고, 하느님께 감사하여야 한다”(‘전례헌장’ 106항). 그리고 주일은 무엇보다 부활하신 주님의 기쁜 날임을 분명히 하면서, 여기에는 ‘그리스도 집회’, ‘하느님 말씀 경청’, ‘성찬례 거행’이 중심 요소가 되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의미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나온 오늘날의 <미사 전례 성서>(독서집)와 <미사 경본> 안에서 잘 드러납니다. 3독서(제1독서, 제2독서, 복음), 3년 주기(가해, 나해, 다해), 주일에 대한 다양한 감사송 등을 마련함으로써 주일의 의미를 보다 풍부히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미사성제 안에서 말씀 전례를 강조하는 것은 하느님 말씀의 선포와 강론이 주일 신학과 거행에 있어서 중심 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1년의 전례주기 동안 주일 독서와 감사송을 잘 묵상한다면 주일에 대한 의미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초대교회 신자들은 그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과 혹독한 박해 속에서도 자발적으로 ‘주님의 날’을 기념하면서 주님의 현존을 강하게 체험하였습니다. 우리도 주일의 의미와 중요성을 바로 알아 주일미사 전례에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또한 미사에서의 봉헌도 단지 물질적인 봉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봉헌도 함께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주일 휴식에 대해서는, 지난날 그리스도교적 의미의 주일 휴식이 세상에 크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듯이, 오늘날에도 주일은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즐거운 휴식이라는 의식이 고취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주일 휴식은 단순한 예배적 차원을 넘어서서 복음을 묵상하고 영성생활의 진보와 말씀의 선포, 그리고 애덕의 실천과도 병행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