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상식_20(뜻을 알면 전례가 새롭습니다)
뜻을 알면 전례가 새롭습니다(39가지 전례상식). -정의철 신부님 지음-
축일에도 등급이 있다면서요?
전례력에 나타난 축일의 형태를 보면 주님의 구원 역사에 관한 축일, 성인․성녀 축일, 이 밖에 주님의 구원역사와는 상관이 없지만 어떤 특별한 면을 강조하여 만든 이념축일(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삼위일체 대축일, 그리스도왕 대축일, 예수․마리아․요셉의 성가정 축일, 예수 성심 대축일) 등이 있습니다. 이 이념축일은 내면적․정신적 측면이 강조되어 이루어졌기에 ‘주제 또는 교의(敎義) 축일’이라고도 합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축일의 등급은 여섯 가지 이상이었지만 지금은 등급 분류를 단순화시켜 ‘대축일(Sollemnitas)', '축일(Festum)', ‘기념(Memoria: 의무, 선택)’으로만 분류하고 있습니다.
우선 ‘대축일(Sollemnitas)’은 가장 중심이 되는 축일입니다. 대축일 축제는 전날 제1저녁기도부터 지내며, 어떤 대축일에는 전야미사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예수 성탄, 주님 부활, 성령 강림 대축일 등입니다. 그리고 대축일에는 대영광송과 신앙고백(신경)을 하는데, 그 중 대영광송은 사순시기와 대림시기 주일에는 하지 않습니다.
대축일 등급의 종류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첫째, 주님의 대축일입니다. 여기에는 주님의 수난과 부활의 파스카 성삼일, 예수 성탄, 주님 공현, 예수 승천, 성령 강림, 대림․사순․부활 시기의 주일, 재의 수요일, 성주간 월~목요일, 부활 팔일 축제, 보편 전례력의 주님 대축일 등이 있습니다.
둘째, 성모께 대한 대축일입니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 성모 승천,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대축일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셋째, 성인 대축일입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요셉,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등이 포함됩니다.
넷째, 일정 지역에서만 대축일을 지내는 지역 대축일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 등이 있습니다.
다섯째, 수도회 대축일이 있습니다. 이는 한 수도회가 자기 수도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특정 성인 축일을 그 수도회의 대축일로 지내는 경우입니다.
‘축일(Festum)’의 분류도 대축일과 마찬가지이며, 미사 때에 대영광송을 부릅니다.
주님의 축일로는 보편 전례력의 주님 축일, 성탄시기와 연중시기의 주일, 12월 17일과 24일 사이의 대림시기 평일, 성탄 팔일 축제, 사순시기 평일 등이 있고, 성모께 대한 축일로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 성탄,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도와 복음사가 축일 등 성인들의 축일, 지역 축일, 수도회 고유축일이 있습니다.
‘기념(Memoria)’은 성인 성녀들을 기념하는 날로 탄생일, 순교일로 이루어집니다. 기념에는 미사와 시간 전례를 의무적으로 바치는 의무 기념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 기념이 있습니다. 사순시기에는 평일도 축일 등급이기에 이 시기에 있는 의무 기념은 선택 기념으로 지내게 됩니다. 그리고 같은 날 여러 선택 기념이 겹칠 때는 그 중 한 가지만 지내고 다른 것은 뺄 수 있습니다. 또한 연중시기의 토요일에 의무 기념이 들어 있지 않으면 성모 신심 미사를 선택 기념처럼 지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축일 등급의 순위를 볼 때 전례주년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축일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활과 성탄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부활시기의 모든 주일은 대축일 등급이고, 성탄시기의 모든 주일은 축일 등급입니다. 또한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시기의 평일은 비록 평일이지만 대림시기의 평일과 달리 축일 등급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