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상식_16(뜻을 알면 전례가 새롭습니다)
뜻을 알면 전례가 새롭습니다(39가지 전례상식). -정의철 신부님 지음-
하루에 몇 번이고 성체를 영하면 그만큼 복을 더 받나요?
명동성당에서 보좌신부로 있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하루는 한 교우가 영성체를 하기 위해 제 앞에 와서 두 무릎을 꿇고 혀를 내밀었습니다. 그 당시 명동성당 사제회의에서는 무릎을 꿇고 혀로 성체를 영하는 것을 고집하는 교우들을 올바른 신앙생활로 이끌어 주기 위해 교육적인 입장에서 성체를 손으로 영하게 하자는 결정을 내린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교우에게 일어서서 손으로 영하라고 두 번, 세 번 조심스럽게 이야기하였지만 허사였습니다.
그 교우는 제 얼굴을 무섭게 쳐다보고는 성체를 영하지 않고 그냥 나가 버렸습니다. 그 일로 인해 그 교우는 주교관에 투서를 넣었고, 저는 주교님에게 불려가 주의를 받아야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교우는 ‘벳사이다’라고 하는 잘못된 신심 단체에 속해 있었는데, 그 단체에서는 무릎을 꿇고 혀로 성체를 영하는 방법만을 고집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성체를 영하는 자세는 자유이지만 우리 한국교회는 1969년에 주교회의에서 서서 손으로 영할 것을 규정하였습니다. 모든 전례행위에 있어 교회가 공적으로 규정한 방법을 따르는 것이 올바른 신앙생활의 자세입니다. 왜냐하면 전례행위는 공동체의 공적인 행위이기에 한편으로 통일성도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무릎을 꿇고 혀로 성체를 영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아무리 정신이 좋다 하더라도 교회에서 정한 규정을 따르지 않고 어떤 개인이나 단체의 일방적인 규정만을 고집한다면 잘못되고 이상한 신앙생활로 빠질 우려가 있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영성체하는 횟수에 있어서도 미사에 참여할 때마다 매번 성체를 영한다고 잘못된 것일리야 없겠지만, <교회법전> 917조에서는 “성체를 이미 영한 사람이라도 같은 날 자기가 참여하는 성찬 거행 중에서만 다시 성체를 영할 수 있다”라고 언급하면서 하루에 두 번까지 영성체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성체를 많이 영할수록 그만큼 더 많은 은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복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교우들을 올바른 신앙생활로 이끌어 주기 위한 방법에서 나온 규정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전례행위에 있어 교우들이 취해야 할 자세는 교회가 정한 규범을 따르는 것이 올바르고, 정상적이며, 바람직합니다.
또한 성체를 영할 때는, 사제가 제단에서 성체를 영하기 전에 최대의 경의를 표하며 절하듯이, 먼저 성체 앞에서 깊숙이 절하고, 왼손을 오른손 위에 포갠 채 성체를 받은 다음 옆으로 물러서서 오른손으로 영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