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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상식_26(뜻을 알면 전례가 새롭습니다)

작성자 : 살레^^ 작성일자 : 2014.02.12 조회수 : 2499

뜻을 알면 전례가 새롭습니다(39가지 전례상식). -정의철 신부님 지음-

 

왜 사순시기를 재의 수요일로 시작하나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기념하는 파스카 축일을 준비하는 사순시기는 ‘40일’의 기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부활을 준비하는 이 40일 기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사순시기의 시작도 처음에는 재의 수요일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40일을 계산할 때 옛 성삼일(성금요일, 성토요일, 주일)로부터 역산하였기 때문에 사순시기의 시작이 주일에 떨어져서 사순 첫 주일이 되었던 것입니다(7일×5주간+5일<금, 목, 수, 화, 월>=40일).

  그런데 이 준비 기간 동안 재를 지켜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40일의 계산법이 달라졌습니다. 4세기 말에 로마에서는 일반적으로 3주 동안 재를 지켰지만, 그 후에 사순시기 동안 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주일을 빼고(주일은 재를 지키는 날에서 제외되기 때문) 옛 성삼일 전까지 34일간 재를 지켰습니다(6일×5주간+4일<월, 화, 수 목>=34일). 그러나 옛 성삼일 중 성금요일과 성토요일에는 사순시기 시행 이전부터 재를 지켜 왔으므로 여기에 2일을 가산하여 36일간 재를 지켰습니다.

  그 후 6세기 초에 이르러 사람들은 실제적으로 40일간 온전히 재를 지키기를 원하여 이미 지켜 오던 36일에다 4일(토, 금, 목, 수)을 첨가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순시기의 시작이 주일에서 수요일로 바뀌어 오늘날처럼 재의 수요일이 사순시기의 시작이 된 것입니다.

  8세기 말의 로마 예식서에 보면 “모든 백성이 팔라티노 언던 기슭에 있는 성녀 아나스타시아 성당에 모였고 교황은 여기서 전례를 거행한 후 사순시기 첫 미사를 드리기 위해 아벤티노 언덕에 있는 성녀 사비나 성당으로 행진하여 갔다”라고 이 날 전례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행진하는 동안 ‘옷을 바꾸어 베옷을 입고 잿더미에 파묻혀 단식하며“라는 후렴을 노래하였습니다.

  10세기 라인강 지역에서는 로마에서 영적 의미를 지니고 있던 전례문에 감각적 표현 방식을 덧붙이고자 하였으니, 그것이 곧 머리에 재를 얹는 예식입니다. 참회와 슬픔의 표시로서 머리에 재를 얹는 행위는 구약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으며(여호 7,6; 2사무 13,19; 에제 27,30; 욥 2,12; 42,6; 요나 3,6; 에스 4,3), 초세기의 그리스도인들도 이러한 관행을 자주 개인적으로 행하였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참회자들이 자신의 참회를 공적으로 드러내는 것이었지만, 이 행위가 그 어떤 전례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10-11세기에 이 관행이 이탈리아에 들어오면서 1091년의 베네벤토(Benevento) 교회회의에서는 “재의 수요일에 모든 성직자와 평신도, 남자와 여자 모두 재를 받을 것이다”라고 선언하였습니다.

  재의 강복과 재를 얹는 예식은, 이 예식들이 처음 생겨났을 때와 비슷하게 1970년까지는 미사 시작 전에 행해졌습니다. 그러나 새 <미사 경본>에서는 이 예식을 말씀 전례를 마친 다음에 배치하였으며, 따라서 이 예식은 참회 예절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를 얹는 예식은 그 도입시기부터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임을 생각하십시오.”(창세 3,19 참조)라는 양식문과 함께 행해졌지만, 지금은 이 말 대신에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십시오.”(마르 1,15)라는 주님의 말씀도 사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