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상식_22(뜻을 알면 전례가 새롭습니다)
뜻을 알면 전례가 새롭습니다(39가지 전례상식). -정의철 신부님 지음-
대림시기엔 무엇을 기다리지요?
'대림(adventus)'이라는 말마디는 원래 이교 세계에서 비롯하였습니다. 즉 신이 자기 신도들을 만나러 자기 신전에 일 년에 한 번 찾아오는 것을 뜻했습니다. 예배의 대상인, 신전에 모셔진 신상(神像)의 주체인 신은 축제가 계속되는 동안 자기 신도들 가운데 머무르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이 용어는 궁중 예절에서도 한 중요 인사의 즉위 또는 부임, 첫 공식 방문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초세기 그리스도교의 저서들, 특히 불가타(Vulgata) 성서는 이러한 예배 전통을 가진 사람들이 그리스도께서 사람들 사이에 오심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이교적인 용어였던 ‘대림’이라는 말을 그리스도교적 의미로 사용하였습니다. 즉, 메시아 시대를 연 그리스도의 강생과 그리스도께서 세상 끝 날에 구원사업을 완성하러 영광스럽게 오실 것임(재림)을 이 말로써 표현하였습니다.
대림시기는 4주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례의 성격에 따라 다시 두 시기로 나누어집니다. 첫 시기는 대림 첫 주일부터 12월 16일까지로, 이 시기에는 종말에 대한 기다림을 뚜렷이 드러내면서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재림을 기다리도록 교우들의 마음을 준비시킵니다. 두 번째 시기는 12월 17일부터 24일까지로, 교우들이 더욱더 직접적으로 구세주 탄생을 준비하도록 해 줍니다. 특히 대림시기에 사용하는 두 개의 감사송은 이 두 시기의 특성을 잘 드러내 줍니다.
대림시기 전례는 무엇보다도 복음 안에서 그 의미가 잘 드러나는데, 제1주일은 주님을 기다리는 자세에 관한 내용으로서 예수님께서 “깨어 있어라”하고 말씀하십니다. 제2, 제3주일의 복음은 요한 세례자에 관한 내용입니다. 제4주일은 요셉에게 한 예고(가해), 마리아에게 한 예고(나해),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다해)에 관한 복음입니다.
대림시기 주일 제2독서로 읽는 사도들의 서간은 구약의 예언들이 예수님 안에서 어떻게 완성되었는가를 보여 줍니다. 그 예언들은 주님이 오실 것과 모든 백성을 위한 구원의 날,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이들을 위한 기쁨의 날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대림시기 전례 기도문에서는 특히 마리아, 요한 세례자, 이사야 예언서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마리아를 부각시키는 이유는 대림시기가 구원신비와 마리아의 관계, 하느님의 구원 사업에 대한 마리아의 협력에 대해 강조하는 전례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요한 세례자가 부각되는 이유는, 그의 임무가 메시아의 전령으로서 주님의 길을 준비하고 이스라엘에게 ‘구원받는 길’(루가 1,77~78 참조)을 알려 주며, 이미 당신 백성 가운데 계시는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교회의 아주 오래된 전통에 따라 이 시기에는 이사야 예언서를 주로 읽는데, 이사야 예언서에는 어렵고도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 있던 선택된 백성 이스라엘을 위로하였던 희망의 말씀이 나오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