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상식_31(뜻을 알면 전례가 새롭습니다)
뜻을 알면 전례가 새롭습니다(39가지 전례상식). -정의철 신부님 지음-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과 ‘예수 성심 대축일’에 대해서 알려 주세요?
주님에 관한 축일들의 형태를 보면 예수 부활 대축일, 예수 성탄 대축일과 같이 구원 역사와 관련 있는 축일이 있는가 하면, 구원 역사와는 별로 상관이 없지만 교회가 주님에 대해 어떤 특별한 면을 부각시켜 만든 이념, 신심 축일이 있습니다. 우리가 6월 중에 지내는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예수 성심 대축일’이 바로 그러한 축일입니다.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은 1247년 프랑스 리에즈(Liege)의 율리아나라는 한 수녀의 열성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1208년, 주님께서 환시 중에 성체성사를 공경하는 연중 축일이 빠져 있음을 자신에게 알려 주셨다고 말하였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리에즈의 주교와 특히 훗날 교황 우르바노 4세가 된 자크 판탈레옹이 이 계시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교황 우르바노 4세는 이탈리아 볼세나(Bolsena)에서 일어난 성체성사 기적에 감명받아 교서를 반포하는 가운데 성체성사를 기념하는 새 대축일을 제정하게 되었습니다. 교황이 자신의 권위로 새 축일을 서방교회 전체가 지키도록 명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이 축일은 ‘새 대축일’이라 불렸으며, 또한 ‘성체성사 축일’, ‘하느님 축일’, ‘지극히 고귀한 성사 축일’, ‘그리스도의 몸과 피 축일’로도 불렸습니다.
교황 우르바노 4세는 이 새 축일을 제정한 지 두 달 만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그의 교서가 실현되지 못하다가, 교황 클레멘스 5세(1305-1314년 재임)와 교황 요한 22세(1316-1334년 재임)에 의해서 이 교서가 새로 확인된 다음에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이 전 교회에 받아 들여졌습니다. 이에 따라 성체 행렬(성체 거동)이 13세기 말부터 행해지기 시작하여 14-15세기에 퍼져 나갔습니다.
‘예수 성심 대축일’은 17세기 후반에 이르러 생겨났습니다. 1672년 10월 20일 프랑스 노르망디의 사제 요한 에우데스가 맨 처음 예수 성심 대축일 미사를 드렸습니다. 그 후 1675년 성모 방문회의 수녀인 마르가리타 마리아 알라코크(Margarita Maria Alacoque)가 주님의 계시를 받음으로써 이 신심을 널리 퍼지게 하는 데 공헌하였습니다.
교황 비오 9세는 이 축일을 라틴교회에 퍼뜨렸으며, 교황 비오 11세는 1929년 새 미사 경문과 시간 전례(성무일도) 기도문을 만들었습니다.
이 축일의 주제는 성 요한 에우데스와 성녀 마르가리타 마리아 알라코크가 주도한 근대의 예수 성심 신심으로서, 여기에는 두 가지 특징이 드러나 있습니다. 즉 그리스도의 헤아릴 수 없는 풍요함에 대해 감사드리는 것(에페 3,8)과 상처 입으신 성심을 뉘우치는 마음으로 묵상하는 것(요한 19,37)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