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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상식_35(뜻을 알면 전례가 새롭습니다)

작성자 : 살레^^ 작성일자 : 2014.03.05 조회수 : 1982

뜻을 알면 전례가 새롭습니다(39가지 전례상식). -정의철 신부님 지음-

 

감실의 위치는 정해져 있나요?

 

  미사 중에 축성된 성체를 보존하는 관습은 임종의 위험에 처한 교우가 하느님 곁으로 가는 도중의 양식, 즉 노자성체를 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준비로 생겨났습니다. 왜냐하면 옛날에는 보통 주일에만 미사를 지냈기 때문입니다.

  또 보존되는 축성된 빵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현존 자체이므로 자연히 그 앞에서 기도를 바치게 되고, 미사를 지내지 않는 평일에도 성체를 그 날의 양식으로 영하는 관습이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성체를 보존하는 그릇은 여러 변화의 과정을 거쳐 경당(혹은 소성당)의 제단 중앙에 놓인 감실에 안치되게 되었습니다.

  초기 교회의 감실은 성당 안쪽이나 제의실 벽에 붙어 있는 경우도 있었고, 비둘기 형태를 한 그릇에 성체를 넣어 제대 위 천정에 매달거나, 성당 내부에 조그마한 탑을 만들어 그 안에 모시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성체 앞에서 기도하거나 묵상하는 관습과 함께 그에 적합한 공간으로 경당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훗날 빵과 포도주 형상 안의 그리스도 현존이 강조됨에 따라 감실은 점차 성당의 중심으로 이동되었고, 경당에서는 미사를 지내는 제대 중앙에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많아지고 법규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빵의 형상으로 계시는 그리스도의 현존은 그리스도의 구원 업적을 기념하는 결과로 생기는 것이므로, 전례를 거행하기 위해 감실이 직접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전례가 거행되는 장소에서 감실이 처음부터 제대 위에 놓여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또한 감실을 제대 중앙 뒤편에 안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전례를 위한 장소에 감실을 꼭 고려할 필요는 없으나, 성체께 대한 개인적 경배나 묵상의 공간을 갖기 위해서는 별도의 경당을 마련하고 그 중심에 감실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별도의 경당을 설치할 공간이 없는 경우에는 성당 제대 중앙 바로 뒤편에 감실을 안치하는 재래의 관습을 피해야 하고, 교우들이 잘 바라볼 수 있는 성당 안의 한 자리에 두도록 해야 합니다.